일주사진 단상 - 스무살 전의 별사진들

sllab소식
작성자
김정현 ()
작성일
2006-01-16 17:40
조회
94444

blue_sky.jpg

삼각대를 지면에 고정시키고 별을 쫓아가지 않으면서 촬영하는 것이 바로 고정촬영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첫 천체사진을 고정촬영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적도의가 없으니깐 그렇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가장 찾고싶은 사진 중 하나가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때 찍은 별사진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이야기이다. 처음엔 손으로 들고 플래시 펑펑 터트리면서 찍었지만, 사진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당시로서는 매우 귀한 릴리즈를 구해서 집에있던 Nikon FG-20 35-70 F3.3 렌즈와 연결하여 촬영했다. 삼각대는 지금도 고속도로의 만물상 아저씨가 판매하시는 우산살처럼 쭉~ 잡아뽑는 삼각대에 필름은 골드100!!!


하지만 릴리즈는 지금 생각하면 없어도 괜찮은 것이었다. 카메라의 B셔터에 놓는 것 보다는 자동으로 찍어주는 A셔터가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 상태로 찍었는데, 카메라의 노출이 부족하다보니 A모드는 자연스럽게 약 20초 정도의 노출을 주었다. 릴리즈를 연결하지 않았어도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 사진 한장이 지금의 나를 만들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진은 선명하게 카시오페이아가 찍혀나왔고, 그밖에도 북두칠성이나 작은곰자리 등이 잘 찍혀나왔다. 정말 신기한 노릇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6개월이 흘러 겨울이 되서야 겨울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그때는 김성수씨가 집필하신 "천체사진강좌"를 열독한 후였기에 어느정도 가닥이 잡혀 있었다. 본격적으로 릴리즈를 사용하였고 15분 정도 노출을 준 지금 말하는 Short Trail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이런 저런 별사진을 많이 찍었고 그후로 방학때마다 별사진을 찍는것에 제대로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6학년때 가을 오스틴혜성이 와서 오스틴혜성 찍는다고 돌아다녀봤지만 아쉽게도 오스틴혜성은 예상보다 훨씬 어두워서 일주사진에 찍히기는 좀 힘들었다.


중학교때는 처음 학교에 있던 망원경으로 천체관측을 처음 시작할 수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중학생이 어떻게 하늘 좋은데를 다니면서 별을 볼 수 있겠는가... 당연히 서울 시내에서 달이나 행성보는데에 만족해야했고 그나마 태양관측하다가 아이피스를 녹여먹는 바람에(지금 생각하면 발삼으로 붙인 호이겐스 타입의 아이피스 같다.) 중학교때의 별관측은 거기서 끝이 났다. 당시에 미쳐서 하던 낚시를 갈때마다 눈으로 보던 호숫가 위에 뿌려져있는 은하수를 보는것에 만족했다. 사실, 그때는 별사진도 별사진이지만 낚시에 너무 미쳐있었다. 😉


초등학교때 찍은 사진들은 고등학교때 이사를 하게되면서 다 잃어버렸고 지금은 기억속에만 남아있다.  하지만 마음속에 계속 남아 별사진은 여전히 나의 가장 큰 취미가 되었다.


처음 별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당연히 망원경을 이용한 화려한 Deep Sky사진을 찍어보고 싶어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고등학교 2학년때에 비로소 처음 DeepSky 사진을 찍어봤다. 학교에 별별 부탁을 다 해서 구입한 Vixen FL80S+F5.7 리듀서와 연결하여 Nikon 카메라에 부착, Vixen 60S 가이드스코프 + GA-4로 수동가이드 촬영을 하여 첫 오리온대성운 사진을 찍었다. 적도의는 선두천문대에서 굴러다니던 GP 양축모터 부착 적도의였다. 당시에 필름은 Kodak Ektar1000을 사용했고 사진은 지금 보면야 당연히 영 아닌 사진이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다. 😉


고3때 수능시험을 봐야하는 그 상황, 그해 봄에 햐쿠타케 혜성이 왔다. 그런데 한국의 고3학생이 어찌 어딜 갈 수 있으랴.. 지금의 구리시 아천동 쪽에서 6인치 백두산망원경으로 보는 것에 만족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하늘이 좋아서 꽤나 긴 혜성의 꼬리를 볼 수 있었다. 촬영은 시도했지만 별다른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FL80S 시스템으로 몇컷의 사진을 찍었고 그 어려움에 조금씩 지쳐갔다. 볼헤드도 부착해서 피기백으로도 찍어보고 암튼 "천체사진강좌"에 나온 것은 다 해봤다. 헤일밥 혜성도 왔었지만 아주 환상적인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선 하드락과 헤비메탈에 미쳐서 전자기타와 함께 나의 대학교 1학년 시절이 지나갔다. 지금생각하면 별사진에 미쳐서,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에 미치는 것은 기타치는것 보다 어려웠다.



스무살까지의 이야기를 구테여 꺼낸이유는 일반적으로 나의 그 10년간이 다른 사람들도 행하는 별사진 촬영의 일반적인 순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삼사십대들이 더 많이 공감하실텐데, 지금의 디카와 CCD는 있지도 않던 시대였기 때문에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가 안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촬영 방법에 대한 어느정도의 정립이란 전혀 없었다.
예를들자면 지금은 행성을 찍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장초점 망원경에 파워메이트를 연결하여 투유캠으로 마구 찍어서 그 개별적인 이미지를 스텍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것이 없다. 적도의에 경통을 올리고, 카메라와 대물렌즈 사이에 아이피스를 연결하여 아이피스 프로젝션으로 찍는다. 그러고선 약 8초~10초 정도의 노출을 준다. 당연히 노출주는것도 감으로 필름 한통 다 찍을때까지 골고루 줘보는 것이고 그 와중에 초점 역시 변환해가면서 찍어야 한다.  물론 프로젝션촬영은 도무지 초점맞추는게 힘들다.


그래서 필름 한통을 다 찍는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는게 아니다. 어느정도는 우연이 개입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며, 지금은 뚝딱뚝딱 합성하는 Deep Sky 이미지 역시 예전에는 인화할때 쓰는 확대기 필름 케리어에 필름을 두장 겹쳐보기도 하고, 각각의 필름을 한 인화지에 두번 노광을 주기도 하고 필름을 복사도 하고 정말 지금 생각하면 왕노가다를 해야만 했다.


세상이 좋아져서 정말로 혜택을 보는 분야가 바로 DeepSky와 행성사진이다. 이는 디지탈 기술의 발전 덕분이고 그로인해 더욱 천체사진은 발전하였다.



하지만, 결코 디지탈이 범접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일주사진이다.
(물론 10년 정도 지나면 비슷한 퀄리티를 낼 정도로 따라올 것 같긴 하나 LP와 CD의 차이 그 이상이 될 듯 하다.)
이에 관한 얘기는 다음번에...


PS. 위의 사진은 2005년 1월에 함께 일하는 백기민군과 대관령에 별사진 찍으러 갔을 때 저를 찍어준 사진입니다. 결국 너무 추워서 텐트에서 잠만 자다왔죠, 영하 25도까지 잴 수 있는 온도계가 있었는데 수은주가 더 이상 내려가질 못하더군요.
전체 4

  • 2007-05-14 22:19

    저도 어댑터 없이 사진찍다보면 흔들리기 마련인데 안흔들리거 찍히면 정말 감격이죠 어제는 목성 위성까지 않흘리고 찍혀서 잠을 못잤어요,,


    • 2007-10-12 14:43

      스토리라인이 참 비슷한면이 있네요^^ 학창시절 천체사진강좌 너덜너덜 읽고 천문소식이나 하늘,별같은 잡지 보며 일주사진 찍던 추억이 납니다.


      • 2007-10-12 14:45

        시내에서 찍어도 웬만한 별사진이랑 그때 오스틴혜성도 고정촬영으로 확인될정도였는데 세월에 하늘도 녹슬고 있습니다요. 딥스카이 장비도 장비이거니와 너무도 눈에 익은 것들이라..


        • 2007-10-12 14:46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찍기만,남기기만 바쁜거 같아 별과 눈과 맘이 친해지도록 안시로 해보려합니다 중형판으로 고정,일주촬영으로 회귀합니다 다양한 모습과 예술성이 있어서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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